아시다시피, 세계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기 위해서 제정된 '외래어 표기법(문교부 고시 제 85-11호)(New Window)'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외래어 표기법은 현행 표준 표기법으로서 외래어의 발음을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고, 한국인이 외래어의 발음을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오늘 이 포스팅에서는 그 중에서 일본어 카나 표기법(표준표기 : 일본어 가나 표기법)에 대한 생각을 해 보도록 합시다.

[표 4] 일본어의 카나와 한글 대조표

위의 현행 표준 표기법에 의하면, 일본어 카나 표기는 어두(단어의 첫 부분)와 어중/어말(단어의 중간/끝 부분)의 표기가 나누어져 있습니다. 바로 이 포스팅은 이 현행 표기법이 갖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1. 제 멋대로 창씨개명? 어두 - 어중/어말 표기 분리의 불합리함.
한국에서 일본어를 한글로 표기할 경우는 대개 고유명사나 일부 명사에 한정됩니다. 다른 외국어의 표기도 거의 마찬가지겠지만요. 하지만, 다른 외국어의 경우에는 원음에 가까운 표기로 적는 데 반해서, 현행 일본어 표기법은 어두와 어중/어말 표기가 분리되어 있음으로 인하여 발음이 통일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か 발음이 다르게 표기되고, 한국어로 읽었을 때 다르게 읽힙니다. 이것은 원음 표기 규칙에도 맞지 않습니다.

예 : 川上とも子(カワカミ・トモコ)
원래 발음 : 미 토모코 / KAWAKAMI TOMOKO
현행 표준 표기 : 미 도모코

예로 든 'カワカミ'에서 어두와 어중의 'カ'는 분명히 같은 발음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표준 표기에서는 각각 '가'와 '카'로 다른 발음을 냅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이대로 읽으면 발음이 틀릴 뿐만이 아니라, 정작 일본인에게 말할 때는그 뜻마저 달라지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일본인은 통밥으로는 알아들을지 몰라도 잠깐동안 '저게 무슨 말인가' 하고 멍하니 있게 될 겁니다. 또한, 왜 그렇게 표기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요.

한글 문자 자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 중 하나라고 합니다만, 그 말은 틀립니다. '가장 많은 발음을 가장 가깝게 표기할 수 있는 문자'가 더 알맞는 설명이겠지요. 그에 따라, 한국인이 일본어를 발음할 때에는 일본인의 발음과 미묘하게 틀린 발음이 나게 됩니다. 마치 반대로 일본인이 한국어를 말할 때 처럼요. 실제로, 학교의 일본인 교수가 말했던 얘기지만, 예를 들어 한국인이 일본어의 'カ' 발음을 하게 될 때, 한국인은 거의 /ga/에 가까운 발음을 내는데, 이것은 현행 표준 표기법의 영향도 있으며, 일본인은 이렇게 말해서는 절대로 못 알아 듣는다, 라는 말을 하더군요. 일본어의 'カ' 발음은 한국어에서 /ㅋ/와 /ㄲ/의 중간정도로 발음해 주는게 좋은데, 한국인은 이게 잘 되지 않으므로 아예 /ㅋ/ 발음으로 발음하는게 좋다, 라는 말도 곁들여서요.

굳이 /ㅋ/ 라는 가까운 발음이 있음에도 한국인이 'カ'를 '가'에 가깝게 발음하는건 현행 표준 표기법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글의 시작에도 말했지만, 최대한 원음에 가까운 표기를 위해서라면 굳이 어두 표기와 어중/어말 표기를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어중/어말 표기로 일본어 표준 표기를 통일하는 것이 낫습니다.

*. 여기서는 예제를 カ행에 한해서만 들었지만 비슷한 다른 경우(タ・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현행 표준 표기에 따른 '치바' 지명 표기
일본의 지명인 '치바(千葉  /チバ/)'는 현행 표기에 따르면 '지바'가 되지만, 이를 그대로 일본인에게 말했을 때에는 '磁場 /ジバ/'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조금 비약이 있지만, 이와 같이 발음이 바뀌면 아예 뜻이 달라집니다.

2. ツ의 발음은 과연?  쓰? 츠?
일본어를 발음할 때, 한국인이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ツ(tsu : 츠)' 발음입니다. 한국인에는 별로 안 좋은 기억이지만, 과거 관동대지진 때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별해내기 위한 방법으로 'ツ' 발음을 시켜서 못하면 한국인이나 중국인으로 판단하여 죽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만큼 외국인에게 발음하기 힘든 것이 'ツ' 발음입니다.

현행 표준 표기법에서의 'ツ' 발음 표기는 '쓰'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 '쓰'라는 발음은 일본어의 ツ 발음과는 아주아주 틀린 것입니다. ツ 발음은 혀의 위치는 /th(θ)/ 발음을 낼 때의 위치로 두고 /ㅊ/와 /ㅉ/의 중간 발음을 내면 네이티브와 상당히 유사한 발음이 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경우를 볼 때, 현행 표준 표기법의 '쓰'발음 보다는 '츠'가 더욱 자연스럽고 유사한 발음이 됩니다.

3. ジャ, ジョ = 자, 조?
과거 중세 한국어에서는 /dʒ/ 과 /z/ 발음이 구분되었다고 하지만, 현대 한국어에서는 /dʒ/과 /z/ 발음이 구분되지 않고 전부 'ㅈ'으로 표기되고 /dʒ/에 가깝게 발음됩니다. 현행 표준 표기법에서는 ジャ와 ジョ의 발음을 ザ, ゾ와 구분하지 않고 전부 '자/조'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인이 보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수도 있지만, 역시나 발음의 구분에 있어서는 문제가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어에서는 /dʒ/과 /z/의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똑같이 /자/ /조/로 발음하게 되면 듣는 사람이 (심지어 한국인 마저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걸 막기 위해 ジャ와 ジョ의 표기는 '쟈 / 죠'로 수정되어야 하며 ジュ역시 '주'가 아닌 '쥬'로 수정되어야 합니다.

4. 마치며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취지는 한국인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다른 언어의 발음을 쉽게 한국어 발음으로 이해하게 하는 데 있으며, 현재 다른 언어는 이 취지에 부합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본어 표기법은 어두 - 어중/어말 표기 분리의 불합리함으로 인해 원 발음과는 달라진 표기를 표준 표기로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외국어 표기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표기법은 하루 빨리 개정되어야 합니다.

세계 모든 언어를 가장 가까운 발음으로 표기할 수 있는 외래어 표기법의 취지에 맞는 새로운 일본어 표기법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그런 논의조차 없는 거 보니 갈 길은 멀군요, 하하.

*저는 일본어 혹은 언어학 전공이 아닌 컴퓨터 전공이기 때문에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지적해 주십시오. 감사히 받겠습니다.

** 예제로 쓰인 성우 이름은 신경쓰지 맙시다(...)

2006/12/10 18:27 2006/12/10 18:27
Vom 윤소정 geschrieben.

Schreiben Sie Ihre Begrüßungen hier.

  1. Komment RSS : http://www.louice.net/rss/comment/128
  2. 윤소정 2006/12/10 21:08  Änderung/Löschung  Antwort  Adresse

    「カ」行の発音の問題なんですが、韓国人がそれを一番適切に発音するには韓国語の「ㄲ」で発音するのが一番適切です。もちろん実際日本人は「ㅋ」でも「ㄲ」でもないように発音しておりますが、韓国語を母語として用いているわれわれ韓国人が母語の影響から完全に外れられない限りは、お書きになさったテキストでの「ㅋ」よりは、「ㄲ」で発音すべきだと思っております。

    もちろん、私の考えでも、今現在の韓国の仮名表記法は間違ってはいると考えているものの、実際これ事態が多くの人に知られているかも疑問であります。
    では。

    [by Asahina]

  3. 아사히나 2006/12/10 20:53  Änderung/Löschung  Antwort  Adresse

    음. 바로 위에 적어놓고 또 적는거긴 합니다만, 제가 위에서 지적한 부분은 Louice님께 /ga/건에 대해 말씀해 주신 일본인 교수님의 말씀이었군요. 음 위에 적은거 오타도 있고 한데 으..
    아무튼, 일본인에게 들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カ를 /ㄲ/로 발음하나 /ㅋ/로 발음하나 솔직히 구분이 잘 되지 않아야 정상입니다. 상보분포(相補分布)관계에 있는 녀석들이라 그런 건데, 그렇기 때문에 이쪽에 대해서는 일본인에게 묻는 것 보다도 외국인이면서 일본어를 잘 아는 사람의 경우가 좀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 경우가 나오지요.

    저도 마침 어제 IRC 대화방에서 몇몇 지인분들과 이 포스팅의 해당 건 중 몇 몇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던 참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아래의 ジャ、ジョ같은 경우에는, 원래 50음도라는 표의 구성 (모음이 あ・い・う・え・お)과 ヤ、ヨ가 반모음이란 걸 감안하면 이 쪽이 '쟈' '죠'가 되어야 맞습니다만, 실제 발음으로 한다면 거꾸로 탁음이 붙은 「ザ」행의 것들이 '쟈' '죠'가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실제 발음이 「ザ」행의 경우에 치경음이기 때문에, 한국어의 '자' 와 같은 경우와는 발음이 상당히 다르지요. 그렇다고 실제로 이렇게 정해 버리면 솔직히 혼란이 더 심해지고.. 그냥 하나하나만 떼어 놓고 잠깐만 생각하면 간단해 보이면서도 제대로 생각해보면 힘듭니다. 그래서 건드리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애초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외국어를 아는 사람들이 아닌 한국어만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 윤소정 2006/12/10 21:27  Änderung/Löschung  Adresse

      흐음... 의견 감사합니다 :)
      그런데, 외국어 표기 규정 중 동남아시아 계열의 언어 표기와 프랑스어에 대한 한글 표기가 2000년도 들어와서 바뀐적이 있습니다. 사실 일본어 표기법도 바꿀 수 있다면 바꿀 수 있는데 신경을 안 쓰는 거라고 봐요 :)

      제가 말했던 식이던 아사히나님께서 말했던 방식이던 바꿔야 할텐데... 아무 논의가 없어서 참 ㅠㅠ

  4. Raku 2006/12/11 20:56  Änderung/Löschung  Antwort  Adresse

    お兄さまがちゃんと発音できているかどうか聞いてみたいですわw

  5. noname 2007/03/26 04:47  Änderung/Löschung  Antwort  Adresse

    관련 내용으로 검색하다가 들렀습니다.
    아래의 글과 이 글을 비교하면서 보는 중인데 참고겸 남기고 갑니다.

    “《공의 경계》와 일본어-한글 표기법”
    http://hkh336.egloos.com/321531

  6. 피첼 2007/08/12 22:22  Änderung/Löschung  Antwort  Adresse

    기본적으로 한국어는 일본어와는 달리 유성과 무성으로 자음을 구별하지 않고 유기와 무기로 구별합니다. 때문에 한국어의 모든 자음은 무성음이며, 유성음 사이에 들어왔을때 보다 발음이 편하도록 유성음이 될 뿐입니다.

    • 피첼 2007/08/12 22:25  Änderung/Löschung  Adresse

      아니죠. 정정합니다. 비음은 유성음이군요. 한국어의 모든 자음이 유성음은 아닙니다. 단 한국어에는 유성과 무성의 대립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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