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저는 DMZ 안의 GP에서 심리전병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과거의 역사가 있는 곳이나 조금만 음침한 곳이면 다 그렇지만 특히 군 부대, 그 중에서도 DMZ는 과거의 격전지로서 수 많은 귀신 이야기가 떠도는 곳이지요. 조금만 검색해봐도 무슨 초소에 있었는데 거기서 행군하는 한 소대 인원을 봤다느니, 초소 안에서 선임의 심한 갈굼을 이기지 못한 이등병이 선임을 쏘고 자기도 자살했다느니 하여튼 오만 살 떨리는 얘기가 있는 곳 입니다. 특히 GP는 정전 협정 상 증축 및 개축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서(증/개축은 금지, 내부 수리는 가능) 하여튼 엄청 오래되고 낡은 건물인데다가, 과가 남북이 치열하게 대치하던 시절에는 북한에서 한 사람이 내려와 잠자던 GP 소대원을 전부 몰살시켰다느니 하는 소리가 있어 그 음침한 분위기와 함께 귀신을 믿지 않는 사람 조차도 "뭔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 포스를 발산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대북방송(심리전 방송)과 대남방송(북한측의 심리전 방송)이 어울려 왠지 외롭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고 어쨌든 무섭지 않았는데-일단 시끄러우니까-요즘은 그나마도 완전 중지되어서 좀 적적한 거 같더군요. 하여튼, 대북/대남방송이 둘 다 나오지 않는 정파 시간에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고요한 환경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끔 들려오는 고라니 울음 소리는 마치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거 같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야생 동물의 눈은 사람 심장을 떨리게 합니다. 그리고 GP 벙커 깊숙한 곳에 고양이라도 들어와서 야옹야옹 울어대면 순간 최대 공포수치가 상승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지요 -_-; 물론 저는 무섭지 않았습니다만 음... 오밤중에 GP 제일 구석진 벙커(아기 유령이 나온다는 벙커)에 가서 뭔가 가져오기도 했었고. 하여튼 제가 있던 GP에 있는 귀신 이야기만 최소 여섯개는 될 정도로 귀신 이야기가 많은 곳이 DMZ다 보니 무심해 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 중에서 들었던 가장 황당한 이야기가 바로 "DMZ 황금 고라니 귀신 전설" -_-...
원래는 그냥 DMZ 고라니 귀신 전설인데 뭐든지 금삐까-_-를 붙이기 좋아하는 군대 특성상 어느샌가 "황금 고라니"로 업그레이드 되어 떠돌던 이야기 되겠습니다. 아... 금삐까란 말을 쓰긴 했지만 저는 달빠가 아닙니다 -_-;

일단 DMZ 심리전 방송 정파 시간에 나타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눈을 가졌으며 일반 고라니에 비해 굉장히 크지만, 야간 DMZ 수색정찰조도 그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기민함을 가지고 있고 또한 성질도 흉악하여 놀라서 총을 발사한 수색조 병사의 총알을 튕겨냈다느니, 한 방에 곰을 잡았다느니, 맨발로 독수리를 사냥할 수 있다느니 하는 오만 뻘소리가 다 붙어있는 생물체 되겠습니다. 거기다 야간 열상 감시 장치(TOD) 장비1에도 걸리지 않는다니 이 무슨 스텔스 급 생물...

저도 일단은 직접 목격한 적이 없는 생물이라 딱히 뭐라고 하긴 힘듭니다만, 그 생태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1. 주 출몰 시각은 23시부터 익일 03시까지. 간혹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있는 경우도 있으나 그런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2. 성격은 흉폭하다고 전해지나,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야생 고라니의 특성상 GP 근처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GP 주변과 철책을 밝히는 경계등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한다.
  3. 주로 불빛이 없는 DMZ 내 풀밭이나 습지, 아니면 DMZ 내 보급로에 나타난다고 한다. DMZ 수색 정찰을 하던 병사가 이 황금 고라니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글쎄다 -_-;
  4. 일단 모습은 진짜로 거대한 고라니의 모습. 사람 비명소리같이 우는 고라니와는 달리 울지는 않으며-만약 이 놈이 운다면 그 크기에 비례해서 소리는 엄청날 거 같다. 만약 주변에 수색정찰조가 있다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듯-눈은 어둠 속에서 그야말로 황금빛으로 빛난다. 황금 고라니라는 이름은 이것의 영향인 듯. 주변의 반사광을 받아서 빛나는 것은 아니며, 주변에 빛이 없어도 눈만 빛난다고 한다. 왠지 나노하 1기 4화의 페이트 첫 등장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5. 신체적 스펙은 그야말로 괴물급. 총알도 튕겨낼 수 있다고 하나 육상 생물인 만큼 당연히 마하 100으로 날지는 못한다고 한다. 이거까지 가능했다면 흠좀무... 그 크기로 DMZ 내 모든 야생 생물을 압도할 수 있으며, 곰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뭔가 먹는 모습이 관측된 적은 없다고.
  6. TOD(야간 열상 감시 장치)에도 걸리지 않는 스텔스 급 생물이나, 체온은 느껴진다고 한다. TOD 장비의 정비가 시급할 듯 하다...-_-;
대충 뭐 이런 생태를 갖는 생물로서, 실존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생물. 존재한다고 해도 그야말로 전설급입니다.
워낙 이상한 뻘 괴담이 많은 DMZ긴 하지만 고라니까지 괴담이 된다니 거참 뭐랄까...


하지만 이런 황금 고라니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DMZ 생태계의 최강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고양이(짬 타이거). 하늘의 최강자는 까마귀. 이런 걸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참 대단하다는 느낌입니다.
  1. TOD, 야간 열상 감시 장치. 주로 GP나 GOP(철책대대) 상황실 또는 관측소에서 운용하는 장비이며, 확실한 형태가 보이지는 않으나 열을 발산하는 물체(즉, 적외선을 발산하는 물체. 동물이나 사람)를 감지해 낼 수 있는 장비이다. 기본적으로 TOD 관측병은 군단 소속으로 각 전방 사단 혹은 여단에 파견되어 근무를 하는 형태. 지금은 바뀌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Back]
2008/07/13 21:22 2008/07/13 21:22
Vom 윤소정 geschrie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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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NoLife 2008/07/15 02:31  Änderung/Löschung  Antwort  Adresse

    DMZ의 하늘의 최강자는 부엉이가 아니던가요(...)

    고양이과 생물들이 확실히 기능적으로나 본능적으로나 최상위 포식자에 적합하긴 하죠.

    ...일설에 따르면 무려 개(...)를 사냥한 고양이(...)도 있다고 합니다(...)

    • 윤소정 2008/07/15 21:17  Änderung/Löschung  Adresse

      그건 밤의 최강자라고 불리지만 1대 다수로 다수인 독수리를 쫒아내는 까마귀가 그야말로 킹왕촹입니다;;; 개를 사냥한 고양이라니 흠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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